[단독] 필리핀 아동을 10년동안 남몰래 지원했던 故 조지 부시 대통령
[단독] 필리핀 아동을 10년동안 남몰래 지원했던 故 조지 부시 대통령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8.12.19 15:04
  • 수정 2018.12.20 0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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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타계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왼쪽)과 그가 익명으로 지원했던 필리핀 티모시. [CNN 캡쳐]
지난달 30일 타계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왼쪽)과 그가 익명으로 지원했던 필리핀 티모시. [CNN 캡쳐]

지난달 30일 타계한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아버지 부시)이 생전에 한 필리핀 아동을 10년간 익명으로 지원한 사실이 밝혀졌다.

18일(현지시간) CNN을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비영리단체 '컴패션(Compassion International)'이 부시 전 대통령의 숨은 선행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고 부시 전 대통령은 티모시라는 필리핀 아동에게 기금을 보냈는데, 이 돈은 티모시의 교육, 방과 후 활동, 그리고 일부 음식비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이 비영리단체는 부시 전 대통령의 편지 일부를 CNN에 공개했다.

부시 전 대통령 측의 짐 맥그래스 대변인은 이 편지들이 진본임을 확인해줬다. 다만 부시의 가족들은 "이 편지들에 대해 논평할 입장이 못된다"고 밝혔다. 

지원 결연을 시작하자마자 부시는 이 소년에게 곧바로 편지를 보냈다. 2002년 1월 24일 보낸 첫 번째 편지에서 그는 처음부터 '티모시를 사랑했다'고 썼다.

“사랑하는 티모시에게...

나는 너와 새로운 펜팔 친구가 되고 싶구나. 나는 77살이나 된 노인이지만 어린이들을 좋아한단다.

그리고 비록 우리가 만난 적은 없지만 나는 이전부터 너를 사랑했었단다.

나는 텍사스에 살고 있다. 앞으로 가끔씩 소식을 전해주마. 잘 있거라.

G. Walker로부터.”

고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연합뉴스]

<지원의 시작>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워싱턴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콘서트에 참석하면서 처음으로 어린이를 지원할 생각을 떠올렸다.

“연주자들의 대부분이 기독교인들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일을 믿어줬어요.”

컴패션의 전임 책임자인 웨스 스태포드는 CNN에 이렇게 밝혔다.

“연주자들은 막간을 이용해 청중들에게 우리가 하는 일을 소개하면서, 아동들을 지원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는 이렇게 들려주었다.

“그 때 갑자기 몇 줄 뒤에서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앉아있던 부시 전 대통령이 손을 들더니 팸플릿을 달라고 했지요.”

스태포드는 부시 전 대통령의 이러한 돌발행동 때문에 경호원들이 무척 당황했다고 설명했다. 경호원들은 팸플릿에 무슨 내용이 들어있는지, 또는 그 내용의 진위 여부가 확실한지에 대해 염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부시 전 대통령을 막을 수는 없었다.

“부시 전 대통령의 고위 보안책임자가 내게 전화를 해서 ‘별로 놀랄만한 일은 아닙니다만, 대통령께서 이 아이를 지원할 경우 대상이 되는 이 아이는 지원자의 신분을 알아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을 했어요.”

스태포드는 이렇게 밝혔다.

부시의 경호팀의 주된 걱정거리는 티모시의 안전문제였다고, 스태포드는 설명했다. 경호팀은 미국의 전임 대통령과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질 경우 이 소년의 신변에 어떤 위해가 가해질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염려했다.

비밀을 지키기는 쉽지 않았다.

보안 문제 때문에 모든 편지는 스태포드의 손을 거쳐야 했다. 그런데 부시 전 대통령은 스태포드의 역할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 부시 전 대통령이 편지에 써서는 안 되는 정보들을 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의 편지는 어떤 지원자의 것보다 부드럽고 영혼이 담긴 편지들이었어요. 하지만 그는 자꾸만 자신이 누구인지 힌트를 주고자 했지요.”

스태포드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말 아슬아슬했어요.”

부시 전 대통령이 보안규정을 깨기 시작한 것은 자신이 기르는 개의 사진을 보내면서부터였다.

“이게 우리 강아지 사진이란다.”

그는 이렇게 적었다.

“이름은 새디인데, 새디는 정말로 유명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았단다.”

“새디는 영국 태생으로 정말 똑똑한 강아지야. 쥐나 얼룩다람쥐도 잡을 수 있어. 그리고 바람처럼 빠르게 달리기도 하지. G. Walker로부터”

부시 전 대통령은 새디가 크리스마스에 백악관에 초대될 정도로 유명한 강아지라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사랑하는 티모시에게...

네가 ‘세계시계’를 나타내는 앱을 들고 있는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든다.

그리고 내가 기타 연주를 할 줄 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놀라운 소식이구나!

얘야, 혹시 백악관에 대해서 들어보았니? 미국의 대통령이 사는 곳이란다.

이번 크리스마스 때 백악관에 다녀왔다. 이것이 바로 위싱턴의 백악관에서 받아온 소책자란다.”

선물을 별도로 보내는 것은 허락이 되지 않았지만, 부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선물들을 보내곤 했다. 특히 티모시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더욱 열성을 보였다.

“티모시는 부시에게 손으로 그린 그림을 보내곤 했으며, 미술을 너무 좋아한다고 알려주었지요. 그래서 부시 전 대통령은 색연필과 스케치 패드, 물감 등을 보내주었어요.”

스태포드는 이렇게 밝혔다.

“저는, 제 직원들이 필리핀에 갈 일이 있을 때를 기다려 이 선물들을 그들 편에 보냈어요. 제 직원들은 이를 다시 티모시가 다니는 교회로 보냈지요. 그렇게 해서 티모시는 그 선물들을 받을 수 있었어요.”

편지 중 하나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기억해준 부시 전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티모시의 글이 등장한다.

“존경하는 워커 선생님 부부에게,

안녕하세요? 별고 없이 잘 지내시지요?

저를 잊지 않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정말 친절하고 훌륭하신 분들입니다.

하나님은 참으로 고마운 분이십니다. 우리가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몸과 의지를 허락하셨습니다.

보내주신 책, 대단히 고맙습니다. 정말 마음에 듭니다.

<티모시에게 들통이 나다>

다행히도, 티모시는 부시의 편지에서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했다. 그는 지원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자신을 돕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얼마 후, 저의 보좌관인 앤지 래스롭이 티모시의 지원 프로그램을 떠맡았어요. 그녀는 티모시가 17살이 되어 졸업을 하게 되자, 필리핀으로 날아가 그를 만났습니다.”

스태포드는 “그 때에야 비로소 래스롭은 그동안 티모시를 지원했던 지원자의 진짜 신분을 밝혔다”고 말했다.

티모시는 깜짝 놀랐다고, 스태포드는 밝혔다. 그는 그동안 자신과 서신을 주고받았던 사람이 한 국가의 전임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티모시는 래스롭에게 이런 사실을 정말 몰랐으며, 자신에게는 인생을 바꿀 정도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말을 했다고, 스태포드는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 비영리단체가 티모시로부터 소식을 들은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스태포드는 그 이후 티모시와 연락을 취할 수 없었다.

‘컴패션(Compassion International)’은 세계 25개국의 7천 곳이 넘는 교회들과 손잡고 일을 한다. 그들의 목표는 조기 교육을 지원하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임산부들을 지원하며, 빈곤 계층 사람들이 원대한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지원자들은 임산부들과 산모들, 그리고 4살까지의 유아들을 도울 수 있다고, 스태포드는 알려주었다.

스탠포드는 “우리는 티모시의 행방을 모를 수도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그가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엄마 뱃 속의 태아 상태일지라도 아동들을 돕는 일은 나중에 그 아이들이 위대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일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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